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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접속> ; 감상평, 줄거리, 출연진

by walkingway 2023. 8. 18.

1. 감상평

* 동현 :

이 여자를 만나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 중이다. 음성 메시지를 듣고 막상 극장 앞으로 나오긴 했지만 난 내일 시드니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영혜가 간직했던 음반을 내가 근무하는 방송국에 보낸 적이 있다. 영혜의 사망 이후 난 그 음반을 그녀에게 보냈는데 무슨 이유인지 지금 그녀는 그 음반을 가슴에 안고 극장 앞에 서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여자를 전에 3번이나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PC 통신으로 ‘여인2’, ‘해피엔드’라는 ID로만 대화를 나누고 서로 얼굴도 모르던 때다.

처음은 친구가 운영하는 레코드 가게 계단에서다. 비좁은 계단에서 우린 서로 몸을 비켜 지나갔다. 두 번째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바깥으로 나왔을 때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내 옆으로 5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여자다. 그리고 최근엔 전철 안에서였다. 우리 서로 마주 보며 앉아 있었지만 저 사람이 그 사람인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자와의 만남에서 지독히 상처 입은 터라 다시 만남을 시작하기에 용기가 나질 않는다.

 

* 수현 :

왠지 오늘 이 음반을 그와 같이 듣고 싶어 들고나왔다. 음성 메시지만 계속 남겨 놓았기 때문에 그가 나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 그와 연락이 되질 않는다.

우리의 첫 만남도 불발로 끝났다. PC 통신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우리의 동질감은 커져 갔고 급기야 그는 영화 입장권을 온라인으로 보내줬다. 난 최대한 예쁘게 하고 극장 앞에서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난 입장권을 공중전화 위 벽면에 붙여 놓았다.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난다’라는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내가 좋아하던 남자 친구가 있었지만 그는 같은 집에서 지내는 내 친구랑 결혼 얘기가 오가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 불편한 짝사랑을 끝내는데 그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그에게서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느껴진다. 그런 공허와 짝사랑의 시련이 우릴 한 울타리에 있게 했는지도 모른다.

 

슬프다. 이 사람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하늘은 내 편이 아닌가 보다.

2. 줄거리

1997년 개봉한 영화 <접속>은 장윤현 감독이 연출하고 한석규, 전도연 등이 주연을 맡은 한국 영화이다. 이 영화는 PC 통신을 통해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라디오 PD 동현(한석규)과 홈쇼핑 회사 상담원 수현(전도연)이다.

동현은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다.

수현은 짝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다.

 

어느 날 동현에게 음반 한 장이 전달된다. 동현의 옛사랑 영혜가 갖고 있던 음반이다.

영혜가 그 음반을 돌려준 의미는 아마도 나를 그만 잊어달라는 의미일 거다.

동현은 방송에 그 음반의 곡을 틀어 준다. 그때 수현은 심야 드라이브 중이었고 마침 그 음악을 듣는 중에 큰 사고를 가까스로 면한다. 수현은 그 음악이 자신에게 행운이 되었다고 여기고 좋아하게 된다.

‘The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라는 곡이다.

 

수현은 PC 통신을 통해 이 곡을 다시 신청한다.

동현은 이 신청자가 혹시 영혜는 아닐까 하는 미련으로 신청자 ID를 찾아 PC 통신을 시작한다.

결국 신청자가 영혜가 아니었음은 밝혀졌지만 그걸 계기로 동현과 수현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알고 보면 동현과 수현은 모두 삼각관계의 피해자들이다.

그리고 드디어 PC 통신을 벗어나 직접 만나기로 약속한다.

<접속>은 PC 통신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한국 영화이다.

이 영화는 PC 통신이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3. 출연진

장윤현 감독의 영화로 1999년 <텔 미 썸딩>도 괜찮았다. 영화 투자에도 많이 관여해 왔다.

2007년 <황진이>도 감독했지만 영화 평점은 낮았다.

 

한석규와 전도연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배우들이다.

전도연은 1997년 <접속>으로 신인여우상 수상을 시작으로 여러 상을 많이 받았고 특별히 2007년 제60회 칸영화제에서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데뷔 초기엔 연극 무대에도 2번 섰고 방송 드라마에서도 종종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스크린에서 보는 전도연이 진짜 전도연다워 보인다.

 

전도연 출연 작품들로는 1998년 <약속>, 1999년 <내 마음의 풍금>, 1999년 <해피 엔드>가 있다. 특히 <해피 엔드>는 거의 유일하게 전도연의 러브 신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다.

그 외 2001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2005년 <너는 내 운명>, 2007년 <밀양>, 2010년 <하녀>, 2013년 <집으로 가는 길>, 2022년 <비상선언> 등 많은 작품들이 있다.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길복순>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많이 공감하지 못했다.

 

한석규는 영화배우로, TV 탤런트로 자주 봐왔다.

기억나는 영화들로는 1996년 <은행나무 침대>, 1997년 <초록물고기>, 1997년 <넘버 3>,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 1999년 <쉬리>, 1999년 <텔 미 썸딩>, 2004년 <주홍글씨>, 2005년 <그때 그 사람들>, 2006년 <음란서생>, 2008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009년 <백야행>, 2013년 <베를린>, 2013년 <파파로티>, 2017년 <프리즌>, 2019년 <천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