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매형 공장에서 일하는 ‘일록’. 시카고에서 친구 ‘예건’이 찾아와서 둘은 공장에서 먹고 자고 한다. 어느 날 예건이 남자 4중창 경연대회 포스터를 들고 찾아온다. 그들은 '델타 보이즈'라는 그룹을 결성하기로 한다. 시장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대용’과 푸드트럭에서 도넛을 파는 ‘준세’까지 가세해 4인조가 완성된다.
그러나 준세의 아내 지혜는 준세의 그룹 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 노래 연습 때문에 공장에 있던 일록은 매형과 트러블이 생겨 공장을 나와 버린다. 다행히 아는 형이 빈 옥탑방을 내줘서 이들은 옥탑방에서 연습을 시작한다.
노래를 좀 할 줄 아는 예건은 다른 이들의 보컬 가이드가 된다. 하지만 예건은 경연대회에 별 관심 없어 보이고, 준세는 아내와의 갈등 때문에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4인조는 해체되는 거처럼 보인다.
노래에 진심인 대용은 준세의 푸드트럭을 찾아간다. 준세의 노래 연습 참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만 지혜의 반대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돌아서고 만다.
다행히 지혜의 허락으로 준세가 그룹에 합류하고 연습이 진행되기 시작한다. 모처럼 4중창 연습이 활기차다.
하지만 일록은 4인조 경연대회가 취소되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알고 보니 참가팀이 적어 취소되었다고 한다.
일록은 경연대회 취소 사실을 멤버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옥탑방 좁은 마당에서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의상을 갖춰 입고 최종 리허설을 벌인다.
2. 출연진
고봉수 감독은 <델타 보이즈>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2016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후 <다영씨>(2018년), <튼튼이의 모험>(2018년) 도 좋은 평점을 받았다. 다만 큰 개봉관에서 상영하지 않았는지 관람 관객 수는 적다.
2019년에 발표한 <갈까부다> 역시 9.52라는 높은 평점을 받는다. 코로나 기간 중이던 2021년에는 <습도 다소 높음>이라는 영화를 발표했다.
일록 역할을 맡았던 백승환 배우는 고봉수 감독이 연출한 대부분의 영화에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이 호흡이 잘 맞나 보다. <델타 보이즈>에 출연한 4명의 남자 배우가 모두 개성 있는 연기를 보였지만 고뇌하고 자학하는 모습을 보인 백승환의 연기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일록의 친구로 나오는 예건 역할에는 이웅빈 배우가 맡았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고 관심 있게 본 배우이다. 시카고에서 온 친구답게 영어를 섞어가며 아메리칸 스타일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연기가 좋아 보였다.
만날 때마다 간식거리를 들고 나타나는 대용 역은 신민재 배우다. 레게머리 스타일 일록과 달리 꽁지머리 스타일로 나오는데 뒤에 꽁지머리 김병지와 얽힌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헤어스타일을 이해하게 된다. 그 역시 고봉수 감독의 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내가 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도 단역으로 나왔다. 최근 개봉한 <밀수>에도 ‘핫바지’역으로 출연했다고 하는데 어떤 장면인지 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3. 감상평
장면(1)
‘아는 형 옥탑방 마당에서 빨랫줄에 걸린 거울을 보며 왼쪽, 오른쪽 자기 뺨을 때리며 눈물을 글썽이는 일록’
처음, 시카고에서 온 친구 예건이 4중창 경연대회 포스터를 들고 나타났을 때 일록은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점점 관심을 보이더니 중창단 모집 공고문을 작성해서 전봇대에 직접 붙이고 경연대회 참가 신청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마음이 변한 이유가 확실하진 않지만 매형 공장에서 별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순간 뭔가 뜻깊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고 그게 4중창 경연대회일 것이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지만 공장을 노래 연습실로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매형이 나타나면서 이 소박한 꿈은 철저히 깨지고 만다. 매형이 보기에 간식거리를 펼쳐 놓고 공장 안에 서 있는 4명의 사람들이 못마땅하다. 특히 일록은 해야 할 일도 해 놓지 않았다. 매형은 일록의 나이도 들먹이며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고 자존심 긁히는 말을 한다.
결국 일록은 가방을 챙겨 공장을 나온다. 갈 곳이 정해진 것도 아니었기에 아는 형에게 전화를 걸어 아쉬운 소리를 한다. 그렇게 구한 것이 이 옥탑방이다. 일록은 제 몸 하나 재울 곳이 없는 현실에 자책한다. 매형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자신이 싫다.
장면(2)
‘공장을 나갔다고 누나에게서 잔소리를 듣고 전화를 끊은 일록은 혼자 야구 연습장에 간다. 그리곤 등을 돌려 기계가 내던지는 야구공을 몸으로 맞는다.‘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공장에 붙어있지 왜 나갔냐고 잔소리다. 일록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사람은 없다. 자기를 위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론 자신을 서글프게 할 뿐이다.
일록은 그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지 않는다. 이런 결과는 자신의 책임이란 걸 안다. 일록은 이런 자신을 자책하고 자학한다. 그래서 날아오는 공 앞에 자신의 몸뚱이를 세워 놓는다.
아픔보다 슬픔이 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