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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 감상평, 줄거리, 출연진

by walkingway 2023. 8. 20.

1. 감상평

수연은 “여긴 도시보다 겨울이 더 추워요”라고 말한다. 나는 “네 그래도 겨울이 안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연희가 결혼할 거라는 말을 했을 때 난 어찌할 수 없어 도망치듯 이곳에 왔다.

인구가 줄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아버지들이 광부로 일하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가정을 지켜나가는 이곳.

 

도계 중학교 임시 교사를 맡아 관악부를 지도하고 있지만 아이들 가르치는 보람도 있고 월급을 받아 엄마 용돈도 처음으로 드렸다. 그리고 따뜻한 허브차 같은 수연은 상처받고 얼었던 내 마음을 서서히 녹여준다.

난 잠시 갈등한다. 연희를 내 마음에서 완전히 지웠나? 수연을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서울에서 친구 경수가 찾아왔다. 피아노 학원도 하고 카바레에서 연주도 하고 결혼도 한 녀석. 왜 난 한 가지도 닮지 못했을까? 바닷가 횟집에서 모처럼 마음 편하게 술을 마셨다. 수연이랑 왔던 횟집이다. 어디서 트럼펫 연주 소리가 들린다. 오래전 내가 연희에게 작곡해서 들려준 멜로디다. 경수는 연희가 결혼을 취소하고 다시 피아노 학원을 열었다는 말을 남기도 떠났다. 그 말을 들으니 엉클어졌던 마음의 길들이 제자리로 윤곽을 드러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관악부 학생 ‘재일’에게 들으니 경수랑 저녁을 먹던 바닷가 횟집, 그 해변에서 재일은 어떤 누나를 위해 트럼펫 연주를 해줬고 그 누나는 연주를 들을 때 울었다고 한다. 이제 상황이 좀 더 명확해졌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관악경연대회를 마치고 도계를 떠났다.

내 속쓰림과 마음의 긁힘까지 처방해 주던 수연을 떠났다.

연희에게 전화를 했다. “뭐 하냐? 바뻐? 야, 이따가 오빠가 술 한 잔 살 테니까 나올래?” “술? 술은 갑자기 왜?

”뭐 갑자기 술 마실 수도 있지. 야, 봄이거덩“

2. 줄거리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은 2004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로, 류장하 감독이 연출하고 최민식, 김호정, 장신영, 윤여정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존폐의 기로에 선 도계 중학교 관악부를 맡게 된 트럼펫 연주자 현우(최민식)가 아이들과 함께 음악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따뜻한 영화이다.

 

트럼펫 연주자 현우는 오래 사귄 애인 연희(김호정)이 있다. 하지만 직업이 변변치 않아 결혼 얘기를 꺼내지 못한다. 음악 학원에서 애들 좀 가르쳐 보라는 연희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음악에 대한 자기만의 자존심 때문이다. 그러다 교향악단 입단 오디션에서 또 떨어졌다. 심사위원은 복장이 불량하다는 시시콜콜한 꼬리를 잡는다.

 

그때쯤 연희가 나타나서 한마디 던진다. “나 결혼할 거 같애”

사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엄마랑 둘이 산동네 오래된 집에 사는 현우는 연희를 붙잡을만한 형편이 안 된다.

빈말을 던진다. “잘 됐다. 행복해라” 되는 일이 없는 현우다. 가을은 깊어 가고 겨울이 올 때쯤이었다.

화장실에서 잡지를 뒤적이던 현우는 도계 중학교에서 음악 지도교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본다.

 

현우는 자신의 마음과 비슷한 회색 투톤 칼라 낡은 프라이드를 끌고 도계 중학교로 향한다. 더 이상 추락할 순 없었다.

도계 중학교 관악부는 한때 전국 대회에서 입상도 하곤 했지만 최근엔 성적이 형편없어 존립을 보장할 수 없는 부서다.

현우가 맡은 음악 지도교사도 내년 봄 대회까지만 보장된 임시 교사직이다.

 

현우는 거기서 아이들과 어울리며, 시골 인심을 맛보며, 악기를 연주하며 겨울을 지낸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수연(장신영)과의 만남은 겨울을 오히려 포근하게 만들어 준다.

3. 출연진

류장하 감독은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 2001년 <봄날은 간다>에서 조연출을 맡으며 내공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연출한 작품이 많이 없음에도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비교적 자연스러운 연출 실력을 보여준다.

류 감독은 2019년 2월, 젊은 나이인 향년 53세로 캐나다에서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수연 역의 장신영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나타낸 것은 2001년 전국 춘향선발대회에서 였다. 그 후 영화보다는 방송사 드라마에서 더 많은 모습을 보였다. 2010년 ‘컴백마돈나밴드’의 멤버로 드라마 OST 음반을 만들기도 했다.

 

연희 역의 김호정은 연극배우 출신으로 탄탄한 연기 기본기를 갖추고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고 있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에서 조연 배은실 역을 시작으로 2000년 <침향>에서 주연 진경 역을 맡았다. 2007년 <즐거운 인생>에서는 기영의 처 역으로 나와 ‘활화산’ 공연이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환하게 웃는 입 큰 미소를 보여준다.

2015년 <화장>에서는 안성기 배우의 아내 역으로 나와 뇌종양 투병 과정에서의 삭발과 성X 노출로 연기 투혼을 보여준 바 있다.

 

최민식 배우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 중 한 명이다. 최근에 디즈니+ 채널을 통하여 <카지노 시즌1>, <카지노 시즌2>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2003년 <올드보이>에서 보여준 오대수 역의 최민식을 잊을 수 없다. 그만큼 강력하고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2001년 <파이란>에서 강재 역의 애잔한 최민식 모습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1999년 <쉬리>에서 한석규와 싸우는 박무영 역도 재미있게 봤다.

 

2005년 <주먹이 운다>, 2010년 <악마를 보았다>, 2012년 <범죄와의 전쟁>, 2013년 <신세계> 등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주었다. 특히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2014년 <명량>은 1761만이라는 우리나라 역대 관객 순위 1위에 올라있다.

그 후 2015년 <대호>, 2019년 <천문> 등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