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2004년 개봉한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는 한때 잘나가던 야구선수였지만 지금은 2군에 머물러 있는 동치성(정재영 분)과 그를 짝사랑하는 한이연(이나영 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만화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고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있지만 보다 보면 키득키득 웃으며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치성은 프로팀 외야수로서 9회 말 수비를 보던 상황이었다. 상대팀이 친 공이 자기한테 날아오는데 이때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한 여자의 소리 때문에 수비를 잊고 멍하니 관중석을 쳐다보다가 자기 팀에게 패배를 안겨준다. 그 후 그는 2군으로 밀려나고 여자 친구와도 헤어지게 된다. 설상가상, 악성 종양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치성은 절망에 빠져 아는 형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무리하게 술을 마시다가 필름이 끊겼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여관이었다. 평소 그를 짝사랑하던 이연은 그 술집의 바텐더였는데 그를 여관으로 데려다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이연은 치성이 그곳을 자주 찾는 것을 알고 그를 보기 위해 그곳에 취업한 거였다.
과거로 돌아가면, 이연은 중학교 야구선수인 치성이 서른아홉 발자국 떨어진 옆집으로 이사 온 때부터 그를 짝사랑 해왔다.
치성과 이연은 서로를 알게 되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하지만 치성에게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치성은 남은 두 달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앞으로 나가 죽음을 맞겠다는 각오로 마라톤에 출전하여 무리하게 달려 자연스레 죽음을 선택하려 했는데 웬걸 5등으로 입상하여 김치냉장고까지 타온다.
뭐하나 생각대로 풀리는 일이 없는 치성이다.
2. 감상평
우수꽝스러운 화면들과 달리 영화 중 나오는 대사들은 제법 진지하다.
주된 내용은 ‘너 사랑이 뭔지 알아?’이다.
옛 애인에게 헤어짐을 통보받은 이후 치성은 더욱 이 질문에 집착한다. 만남을 지속하는 동안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면 사랑이 아닌 걸로 판명되기 때문에 치성은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그게 궁금하다.
9회 말 수비를 보던 중 들리던 여자도 사랑하기 때문에 죽는다는 이상한 논리를 들려주었지만 아직 확신이 없다.
“두 달 후에 죽는다면 뭐 하고 싶어요?”
이연과 좀 친해지자 치성은 자신의 운명을 서글퍼하며 지나가는 말로 물어본다.
치성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 가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생각을 해보고 싶지 않다. 부정적 생각 자체를 거부하려고 한다.
치성처럼 집 담보로 1억을 대출받아 펑펑 쓸까?
이연과 영화 보러 극장에 갔다가 옛 애인을 만난 치성은 이연을 ‘그냥 아는 여자’라고 말한다.
“아닌가 봐요. 사랑은 살아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건가 봐요”
9회 말 관중석에서 봤던 여자가 교통사고로 공중에 떠 있는 사이, 이 말을 들은 치성은 그제야 이연을 '아는 여자'로가 아닌 이성으로 느끼고 새로운 만남을 시작한다.
“저기요 물어볼 게 있는데, 이름이 뭐예요?”
3. 출연진
장진 감독은 1999년 <간첩 리철진>, 2005년 <박수 칠 때 떠나라>, 2006년 <거룩한 계보>, 2008년 <강철중:공공의 적>, 2014년 <하이힐>, 2014년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을 연출하였다.
이나영은 영화배우로 탤런트로도 활동하였다. 2006년 강동원과 호흡을 맞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2015년 꽃미남 원빈과의 결혼으로 더 유명해졌다.
정재영은 서울 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6년 연극 ‘허탕’으로 데뷔하였다. 그 후 다양한 영화에서 얼굴을 보이다가 2001년 <킬러들의 수다>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5년 <웰컴 투 동막골>, 2005년 <나의; 결혼 원정기>, 2006년 <거룩한 계보>, 2007년 <바르게 살자>, 2008년 <강철중:공공의 적>, 2008년 <신기전>, 2009년 <김씨 표류기> 등으로 활동폭을 넓혀왔다.
2010년 <이끼>에서 인상적인 이장 역을 연기했다. 2011년 <글러브>, <2011년 <카운트다운>, 2012년 <내가 살인범이다>, 2014년 <방황하는 칼날>, 2014년 <역린> 등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했다.
올해 개봉 예정인 <노량:죽음의 바다>에서는 명나라의 원군을 이끌고 조선에 참전한 명나라 장수 진린을 연기할 거라는 소문이다.
치성의 옛 애인으로 나온 오승현은 탤런트 겸 영화배우로 영화보다 드라마에 더 많이 출연하였다. 2004년 <내 남자의 로맨스>에서 은다영 역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