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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 개론> 영화 리뷰 ; 감상평, 줄거리, 출연진

by walkingway 2023. 8. 3.

1. 감상평

“나 널 좋아해”

 

승민은 서연에게 작게 고백한다. 둘은 포옹하고 감격 어린 키스를 나눈다. 멋진 장면이다.

다만 한 가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승민은 며칠 지나면 결혼식을 할 예정이고 서연은 이혼녀 신분이다.

좋아한다는 고백이 그때 그 일이 생기기 전, 첫사랑의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던 그 무렵 있었다면 지금의 안타까운 키스는 없어도 될 거였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사랑은 더욱 타이밍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숫기 없는 승민은 납뜩이의 코치를 받고 고백을 결심한다. 그리고 연습도 한다. 서연에게 알리지 않고 그녀가 갖고 싶다던 집의 미니어처도 만들었다. 오늘은 종강하는 날, 깜짝 쇼를 준비해서 연락 없이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린다. 서연이 나타나면 깜짝 선물을 전달하고 진심을 담아 고백을 할 것이다.

 

서연이 나타나기는 했다. 과 선배 차를 타고. 취해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둘은 서연의 집으로 들어갔다.

집 모퉁이에 숨어서 지켜보던 승민은 눈앞에서 좋아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는 심정이다.

 

“기억의 습작”

 

건축학 개론 숙제를 위해 승민과 서연은 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서연은 오른쪽 이어폰을 승민의 귀에 꽂아주며 음악을 들려준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다. 서연은 들으라며 CD를 승민에게 준다.

 

그러다 그 일이 일어난 뒤에 승민은 CD를 돌려준다. CD 플레이어가 없어서 들을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첫눈이 내리는 날 서연은 승민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들르던 동네의 빈 집을 찾아간다. 늦도록 승민을 기다렸지만 승민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그 약속은 그 일이 생기기 전에 한 약속이었다. 서연은 승민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CD와 CD 플레이어까지 챙겨서 빈 집에 놓고 나온다.

 

그 CD와 CD 플레이어는 훗날 승민이 제주도에 서연의 집을 지어주고 떠난 온 뒤에, 그러니까 승민이 결혼식을 마친 뒤에 제주도 서연의 집에 배달된다.

첫눈이 내린 날, 만나기로 한 그날이 지나서 승민은 그 빈집을 찾았던 거고 결혼 전까지 그걸 간직하고 있었던 거다.

승민과 서연의 인연은 ‘기억의 습작’으로 이어지고 끊어진다.

 

2. 줄거리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에 대한 따뜻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로, 승민과 서연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야기는 결혼을 앞둔 건축가인 승민(엄태웅)이 앞에 제주도에 있는 집을 다시 지어 달라는 의뢰인이 나타난다. 의뢰인은 바로 대학 1학년 시절 승민의 옛 연인인 서연(한가인)이다.

 

그때부터 영화의 화면은 회상을 통해 수시로 1990년대 초반으로 되돌아간다. 승민(이제훈)은 건축과 학생이었고 서연(수지)은 음대생이었지만 교양 과목으로 건축학 개론을 들었다. 그때의 승민은 세상도 사랑도 여자도 모르는 풋내기 신입생이었고, 서연은 제주에서 서울로 진학했고, 잔잔한 미소를 지닌 예쁜 여학생이었다.

 

그들은 건축학 개론 수업 시간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 같은 동네에 살게 된 인연으로 개론 숙제를 같이 하면서 둘은 점점 친해진다.

숫기 없는 승민은 재수생 친구인 납뜩이(조정석)에게 서연을 좋아하는 마음을 나타내며 연애 코치를 받는다.

 

여기에 방해꾼이 나타났으니 바로 승민의 과 선배다. 좋아하면서 말도 못 하는 승민과 달리 과 선배는 자연스럽게 서연에게 접근한다.

그러다가 종강 파티가 벌어지는 날, 승민은 서연이가 생일날에 살고 싶다고 메모지에 그려준 집 그림을 토대로 정성껏 미니어처를 만들어서 서연의 집 앞에서 늦도록 기다린다.

 

그때 서연이 나타났는데, 과 선배의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많이 취했다. 선배는 서연을 데리고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

지켜보던 승민은 미니어처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서연에게서 받았던 CD도 돌려준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나 다시 만난 것이다.

 

3. 출연진

이용주 감독은 재미있게도 건축공학과 출신이다. 그래서 경험을 토대로 영화 소재를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었나 보다. 그 이후 2021년에 인류 최초의 복제 인간을 다룬 영화 <서복>을 감독한다. <건축학 개론> 전 2009년에는 <불신지옥>이라는 공포, 미스터리 영화를 감독했는데 이렇게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세계이다.

 

건축가 승민 역을 맡은 엄태웅은 2008년 <우리 생애 최고의 날>, 2008년 <님은 먼 곳에>, 2010년 <시라노;연애 조작단> 등에 출연했다.

이혼녀 서연 역을 맡은 한가인은 영화 출연이 적다.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 외에 이 영화다.

 

대학생 승민 역의 이제훈은 2011년 <파수꾼>, <고지전>에 출연했고 2013년 <파파로티>, 2016년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2017년 <박열>, <아이 캔 스피크>, 2020년 <도굴> 등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이 영화 개봉 이후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사람은 대학생 서연 역을 연기했던 수지이다. 수지는 영화보다 노래로 더 많은 활동량을 보이고 있고 방송과 드라마에서도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지가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배우가 되었다면, 납뜩이 역을 맡았던 조정석도 이 영화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낸다. 2013년 <관상>, 2014년 <역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6년 <형>, 2018년 <마약왕>, 2019년 <엑시트>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수지와 조정석에게 있어서 <건축학 개론>은 인생 상승의 영화가 된 셈이다.